노동 강도 약해 80대 이상도 참여 가능… 12개 지회는 일감 발굴 등에 앞장
활동비로 온누리상품권 지급해 전통시장 도와… 예산 대비 2.5배 성과 거둬

[백세시대 = 배성호 기자] 누적 참여 인원 60만 명 돌파, 최근 1일 평균 참여자 4500명. 충북도와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회장 이명식)가 함께 진행하는 ‘일하는 밥퍼’ 사업이 시행 1년 10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사업 출범 초기 하루 참여자가 700명 수준에 머물고, 누적 참여 인원 10만 명 달성까지 10개월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동참자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일하는 밥퍼’는 충북도가 2024년 7월 전국 최초로 도입한 어르신·장애인 참여형 복지 사업이다. 사업명은 서울의 무료급식 봉사단체 ‘밥퍼’에서 착안했다.
일부 지역 경로당에 설치된 공동작업장과 자원봉사를 결합한 형태로, 60세 이상 어르신과 취약계층(장애인 등)이 경로당(2시간 근무)이나 소규모 작업장(3시간 근무)에서 단순 작업을 수행하고 소정의 활동비를 받는 구조다. 근무 시간 전체가 아닌 절반 정도만 수당이 지급되고, 나머지는 봉사활동 개념으로 운영된다.
활동비는 하루 1만~1만5000원 수준이다. 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 등으로 지급된다. 작업은 쪽파·마늘 등 농산물 손질, 자동차 부품 조립, 화장품 포장과 스티커 부착 같은 단순 작업 등 반복적이고 비교적 쉬운 업무로 구성됐다. 특히 근무 시간이 짧아 80대 이상 고령자들도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엇보다 충북연합회와 도내 12개 시·군·구 지회의 역할이 사업 안착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현재 운영 중인 200여 개 작업장 가운데 절반가량이 경로당에 마련돼 있다. 어르신들에게 낯선 공간이 아니라 평소 다니는 경로당에서 자연스럽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참여 확대의 가장 큰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물론 사업 초기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작업 물량을 제공할 업체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이 컸고, 어렵게 확보한 농산물을 손질하는 등의 일감도 계절과 수급 상황에 따라 꾸준히 이어가기 쉽지 않았다.
이에 충북연합회는 12개 시·군 지회와 함께 지역별 작업장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직접 업체 발굴에 나섰다. 또 참여를 망설이는 어르신들을 찾아가 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을 독려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단순한 행정 협조 수준을 넘어 어르신 스스로 사업의 의미를 체감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하는 밥퍼’의 성과는 각종 수치로도 확인된다. 충북도 분석에 따르면 예산 투입 대비 약 2.5배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을 맡긴 농가와 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을 덜 수 있었고, 참여 어르신들은 소득과 사회참여 기회를 동시에 얻었다. 또 온누리상품권 등으로 지급된 활동비는 지역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지며 지역경제 선순환 효과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복지 효과 역시 뚜렷하다. 올해 3월 국무조정실 산하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는 이 사업을 노인 자살예방 정책 분야 선도 사례로 공식 선정했다. 충북의 65세 이상 자살률은 2021년 인구 10만 명당 54.9명에서 2024년 40.0명으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사회적 고립과 무력감이 노인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일한다’는 경험 자체가 어르신들의 자존감과 삶의 의미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성과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경북·세종·전북 등은 이미 충북 모델을 벤치마킹했고,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서울형 일하는 밥퍼 봉사단’을 별도로 출범시켰다. 수도권의 의정부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들도 충북 현장을 찾아가 보고 도입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업은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대상 수상, 충청북도 도정혁신 우수사례 최우수 선정, 정부 혁신 왕중왕전 동상 수상, 2025년 지방정부 적극행정 우수사례 선정 등 각종 성과도 이어가고 있다.
이명식 충북연합회장은 “‘일하는 밥퍼’는 일과 봉사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복지 모델”이라며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활성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며 보람과 활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충북연합회는 충북도와 함께 추진한 영상자서전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영상자서전 사업은 어르신들 삶의 이야기를 5분 안팎 영상으로 담는 충북도의 도민 인생 기록 프로젝트다. 충북연합회는 12개 지회와 함께 제작에 참여했고, 그 결과 올해 5월 말 기준 2만3000여 개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며 충북 어르신들의 기억을 모은 디지털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