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보은군지회는 새 노인회관 건립을 계기로 지회 발전의 변곡점을
맞았다. 연면적 390평, 4층 규모의 새 회관에서 각종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노인들의 행복
지수가 높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오롯이 이응수(80) 보은군지회장의 집념과
노력의 결실이다. 지난 6년여 지자체 장들과 국회의원을 만나 설득하고 회유하는 등 오랜
시간 심혈과 정성을 기울여왔던 것이다.
이 지회장은 ‘내 집’ 마련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보은군선거관리위원회 부위
원장 시절 선관위 건물을 지었고, 지방행정동우회 보은군지회장을 하면서 역시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 지회장을 만나 노인회관 마련 뒷이야기와 다른 지회에서 볼 수 없는 우리만
의 사업을 들었다.
-노인회관 준공식은 잘 치렀는지.
“지난 7월 20일, 정상혁 보은군수, 박덕흠 국회의원, 군의회 의장과 의원, 경찰서장 등 유지
들과 경로당 회장들, 도 연합회와 시·군 지회 임원 등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렀다. 김광홍 충북연합회장이 이중근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의 감사패를 정 군수에게 대
신 전달했다. 물론 보은군지회도 감사패를 전했다.”
-지회장들은 누구나 회관 마련의 꿈을 갖고 있다. 소감은.
“목표 달성했으니 기분이 좋다. 2012년 지회장에 취임할 당시 구 회관이 비좁고 낡아 이시
종 충북지사에게 쫓아가 종잣돈을 좀 해달라고 부탁해 5억원을 받았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충북 옥천)도 특별교부세로 7억원을 만들어주었다. 정 군수에게 건물을 지어달라고
하자 군비 20억원을 보태주어 작년 7월 첫삽을 떠 지난 6월말에 완공을 보았다.”
-노인회관 운영은.
“1층은 군에서 위탁 운영할 경증치매노인들 주간보호센터이다. 2층은 사무실과 소회의실,
서고로 쓰고 3층은 컴퓨터, 장구·바둑, 당구장, 공예반이 있고 4층은 300여명이 들어가는
대강당이다. 노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새 회관에서 운영할 생각이다,”
-보은군지회를 소개해 달라.
“보은군 인구는 한때 12만명을 헤아렸지만 지금은 3만4000여명밖에 안된다. 그중 노인이 1
만500여명이다. 노인이 31%로 절대적으로 많은 초고령화 도시이다. 보은군지회는 11개 읍
·면 분회, 282개 경로당을 두었다.”
이 지회장은 “보은은 오염이 되지 않고 전답이 좀 있고 산이 많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라
며 “최근 법주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관광객이 몰리며 생기가 돈다.
법주사는 ‘팔상전’을 비롯해 국보와 보물이 다른 사찰보다도 많다”고 말했다.
-경로당 수준은 어떤가.
“보은은 아파트가 많지 않아 아파트 경로당 수가 적다. 대부분 자연부락 형태의 경로당이
다. 귀농·귀촌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영향을 받아 경로당 수준도 높아간다.”
-경로당 현안은.
“경로당의 격차가 심하다. 어떤 경로당은 재원이 1억원이나 되는 반면 어떤 경로당은 제로
인데도 있다. 오지의 7,8명뿐인 경로당은 운영이 어렵다. 통폐합하면 거리가 멀어지고 그
렇다고 버스를 다니게 할 수도 없다. 이런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
다.”
-보은군지회만의 특수한 사업이라면.
“우리 지회는 분회마다 노인대학을 설치해 총 11개의 노인대학이 있다. 해마다 연초·말에
경로당 회장들이 바뀐다. 노인대학에서 새 회장들에게 지도자교육을 한다. 지금까지 27기,
1200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그들 가운데 경로당 회장도 되고 분회장도 되고 지회 임원도
된다. 분회장들이 노인대학장을 겸한다.”
보은군지회는 타 지회보다 전천후 게이트볼 장을 많이 갖고 있다. 보은군지회 게이트볼은
1990년 3개 클럽 20명으로 출발해 현재 36개 클럽 260명으로 규모가 커졌다. 전국대회에도
몇 번 나갔고 도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이 지회장은 “날씨가 춥거나 더울 때 운동할
데가 없어 군수에게 전천후 게이트볼 장을 지어달라고 부탁하자 11개 읍·면에 날씨하고 상
관없이 운동할 수 있는 게이트볼 장을 지어주었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다른 지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업 세 가지도 소개했다. 하나는 ‘지도자 역량
강화 연찬회’. 2014년부터 해마다 속리산유스호스텔에서 경로당 회장과 사무장 등 700여명
을 대상으로 1박2일간 교육을 한다. 이 지회장은 “버스를 대절해 유스호스텔 현관까지 모
셔가고 끝나면 지회로 모셔오니 얼마나 좋은가. 경비만도 한해 5000만원”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경로당 순회지도 점검’. 경로당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경로당 회장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교육도 하고 정보교환도 한다. 이 지회장이 직접 11개 분회를 돌며 교육
을 주도한다. 이 지회장은 “한해 경로당 살림을 해보고 느낀 점, 개선할 점, 발전 방향 등에
대해 토론하고 정보를 얻자는 취지에서 12월에 실시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9988행복나누미’와 ‘9988행복지키미’이다. 나누미는 프로그램 강사를 말한다. 특
수한 자격을 갖춘 16명의 나누미가 260여개 경로당을 돌며 안마·뜸·노래·종이접기 등을 하
거나 가르친다. 지키미는 노노케어로서 1명의 건강하고 젊은 노인이 4명의 그렇지 않는 노
인을 담당한다. 720여명의 노인들이 참여했다. 이 지회장은 “3000여명이 혜택을 받는 셈이
다. 지키미의 활동으로 우울하거나 움직이지 않았던 노인들이 활기를 띄고, 그 결과 자살·
치매 발생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응수 지회장은 보은군 출신이다. 타지로 나간 적이 없다. 면서기로 출발해 보은군청 초
대 기획감사실장을 끝으로 40년 공무원 생활을 마쳤다. 이후 보은군지회 부회장을 거쳐
2012년 지회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나와 무투표 당선됐고, 2016년 지회장 선거에 90%가 넘
는 압도적인 신임을 받아 재선됐다.
-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1980년 7월 22일, 보은군에 미증유의 수해가 났다. 짧은 시간에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측
우기가 넘쳐 정확한 강수량을 측정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101명이고
주택 1000여동을 포함해 도로, 교량과 전답이 물에 잠기고 휩쓸려갔다. 저는 당시 41세의
새마을과장이었다. 수개월간 집에도 못 들어간 채 도, 내무부로부터 새마을 수해복구비를
지원 받아 추석 전까지 시설들을 복구했다. 공동묘지의 묘들을 이장하고 그 자리에 새 마
을을 조성한 일이 어려웠지만 보람도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마무리 단계로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해 노인들 편안하게 해주고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
지원해주는 일을 하겠다.”
이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6년간 지회장하면서 노인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노인이 대접만 받을 생각하면 안된다. 대접을 받으려면 대접 받을 행동을 해야 한다는 사
실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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